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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정리

같은 이해 수준을 공유 하면서 대화 하고 있을까

by 박연호의 개발 블로그 2021. 9. 26.

얼마전에 리처드 파인만의 "왜 자석은 서로 밀어내는가?" 라는 동영상을 보았다. 영상에서 기자는 다음과 같이 질문을 하였다.

두 개의 자석을 들고 서로 밀었을 때 서로 밀치려는 느낌을 느낄 수 있잖아요, 이를 반대 방향으로 돌려서 가져다 대면 서로 붙으려 하고요. 이때 두 자석 사이에 느껴지는 그 느낌은 무엇인가요 ?

라는 질문에 리처드 파인만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그게 무슨말이죠, 두 개의 자석 사이에서 느껴지는 느낌..이라니 ?

이 영상의 내용은 여기서 부터 시작한다. 기자는 자석이 서로 밀어낼 때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궁금했고, 이 질문은 지극히 정상적이다.
하지만 리처드 파인만은 답변은 단지 왜? 라는 질문에 답변을 하기 보다는 왜? 라는 질문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말하고 있다.

왜 라는질문을 받았을 때 답변할 수 있는 수준은 다양하다.

유치원생의 경우 "서로 싫어해서 밀어내는 거야 !"
물리를 잘 모르는 성인의 경우 "다른 극에서는 서로 밀어내는 힘이 작용한다",
물리를 전공한 사람의 경우에는 "자기력 때문에 서로 밀어내는 것이며, 이때 가해지는 힘을 느끼는 것"

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물리를 전공한 사람들에게 저 정도의 설명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자기력이라는 정의를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력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설명을 해도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다.

반면, 유치원생에게 똑같이 설명한다면 이해하지 못할것이다. 자기력의 개념을 모르기 때문이다. 단지 유치원생에게는 "서로 싫어해서 밀어내는 것"이 본인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처럼, 왜? 라는 질문을 할 때에는 서로가 참이라고 납득하는 일련의 범주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유치원생이 "자기력이 뭐에요?" 라고 질문하는 것처럼, 왜? 라는 질문을 서로의 이해수준이 맞을 때 까지 끊임없이 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매일 출근한다. 이것은 우리에게 당연하다. 여기서 당연하다는 것은 "돈을 벌기위해 출근해야 하는 것"은 우리가 서로가 참(당연)하다고 납득하는 일련의 범주"안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계인이 와서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다.
- 왜 돈을 벌어야 하지?
- 왜 돈을 벌려면 출근을 해야하지 ?
- 출근은 무슨 말이지 ?
- 출근을 하면 왜 돈을 주지 ?
...

이를 설명하기 위해 출근이라는 단어의 어원과 돈의 속성과 경제사회 등..모든 것을 설명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외계인과 우리의 이해 수준이 같아지며 서로 납득할 수 있는 일련의 범주에 속할것이다.

이 모든것을 설명하지 않고 "돈을 벌기위해 출근해야 한다"라고 외계인은 끊임없이 왜? 라는 질문만 할 것이고, 모든것이 이해 되었을 때 외계인은 "돈을 벌기위해 출근해야 하는 것"를 충분히 이해할 것이다.


위의 내용을 나만의 언어로 정의하면 다음과 같다.

나와 상대 방의 이해수준을 맞추는 것

각자 자기만의 생각이 있다. 그리고 그 생각을 남에게 전달할 때 상대방도 나의 이해수준과 같을거라 생각하고 말을 한다.
내가 어떤 기능을 구현하는데 막히는 부분있어 동료에게 도움을 구한다.

"코드 이렇게 짯는데 안돌아가요"

나야 뭐 그 코드를 지지고 볶고 했으니 코드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만, 상대방은 이 코드가 완전 처음이다. 어떤 기능을 구현하려는 건지, 어떻게 구성이 되었는지, 버그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것들을 하였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이다. 동료를 나의 이해의 범주속에 들어오게 하기 위해 동료에게 충분한 설명을 해야 한다.

"이런 기능을 구현하고 있고, 이런이런 구조로 짜고있고, 해결하기 위해 이렇게 했는데 이런 오류가 나왔어요"

그럼 그때서야 동료는 이 문제에 대해 같이 논의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 서로가 같은 이해 수준을 공유하고 있어야 그 대화가 의미가 있다.

예전에 팀장님과 같이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팀장님이 대화를 하다 갑자기 이런 얘기를 하신 적이 있다.

"우리 XX에 대한 정의부터 내리고 다시 얘기를 하죠"

이 말이 되게 인상깊었다. 같이 얘기를 하면서 XX를 많이 사용했는데, 서로 XX를 다르게 이해하고 사용하고 있는 상태에서 얘기를 하니 XX가 그거인지 저거인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았다. 또 그 XX가 아니라 이 XX라고 설명까지 해야했다. 그때 팀장님이 우리가 사용하는 XX의 개념을 정확히 정의하고 다시 얘기하자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있다.

또 한번은 동료와 얘기를 하다 동료가 내가 모르는 부분을 얘기했던 적이 있다. 동료가 무슨 얘길 하던 난 이해하지 못한다. 그쪽에 대한 지식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그 대화는 시간만 낭비하는 대화이다. 그럴땐 "제가 그쪽은 잘 모르는 부분이여서 나중에 알아보고 다시 대화해요" 라고 말을 한다. 배우는 입장이 아니고서야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화는 서로가 같은 이해수준을 공유하고 있는 일련의 범주안에서 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위의 동영상은 내가 평소에 고민하고 생각했던 부분을 일목요연하게 정리 해주어서 기억에 오래 남고, 남들에게 추천하는 영상이다. 이 동영상을 보고 난 후 대화를 할 때 서로 같은 이해수준을 맞추기 위해 좀 더 노력한다. 그래야만 대화가 좀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살면서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해야 하는데 좀 더 나이스한 방법으로 대화를 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 같은 이해수준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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